Sinners 2008. 9. 2. 02:23



분명히 너와 내가 함께 사귀고 사랑하고 살아온 시기는 존재해.

지금은 끝났다고 하지만 그 때의 그것은 분명히 사랑이었고
그것을 알고있는 것은 너 역시 마찬가지일 거야.

또한 확실한 사랑이었다 해도
끝이라는 형태는 어떤 경우의 어떤 인생에도 수없이 존재한다는 것 역시 깨닫고 말았지.

그러니까 나나 너나 딱히 지난 시간을 통째로 부정하고 싶진 않은거잖아.
오히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아, 모르겠다.
이미 깊이 생각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지나버렸어.




어떤 과정이 있었건 간에, 서로가 함께 있는 것이 힘들어져서 끝이 왔다는 게 지금의 현실.




사람이라는 생물은 얼마나 신기한지,
아무리 볼 장 다 본 것 같아도 양파처럼 새로운 부분이 까고 또 까도 새로 나왔어.

게다가 사람은 신선한 양파도 아니라서 뽀얀 속살만 있는 게 아니었지. 

새로운 일면들 중에서 좋은 부분이 하나 나올라 치면
마음에 영 안 들고 싫은 부분은 그 사이에 열댓가지 새로이 알게 되는 것.

그게 지금 생각해보면 사람이 사람하고 살아간다는 관계였던 것 같아.



마지막의 마지막에 니가 나에게 질려버렸듯이
나도 너와 함께 있는 내내 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것도 아니고..
결국은 타인이기 때문에 끝까지 이해하지 못하고 화가 나서 참을 수 없는 부분들도 많았어.

그것이 하루 이틀 쌓여감으로 인해, 염증을 느낀 날이 없었다면 그것도 거짓말이겠지.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마찬가지인 거 아닐까?


그래도 사랑이 끝나고, 연애도 끝났지만
'관계'마저 사라지게 만드는 건 생각보다 아주 훨씬 더 어려웠어.


끝맺음 자체만 놓고 보자면 누구나 말 한 마디로 정할 수 있는,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그 끝맺음 이전의 모든 일들을 전부 없던 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한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테지.

그래서 미련이란 말이 있고 기억, 추억이란 단어들이 존재하는 거겠지?
그것이 싫은 기억이든 좋은 기억이든간에 말야.

너와 나 역시 헤어졌지만 우리는 지금도 관계를 끊지 않고 있잖아.
주변의 친구들은 그런 나의 감정을 미련이라 부르고, 또 혹자는 노골적으로 적개심을 드러내며 삽질이라고도 말 해.


하지만 뭐라 부르던 좋아.
내게 있어서는 그런 관계인 거야.


존재했음이 무엇보다 분명하고 지금도 역시 존재하고 있으나
다만, 그 모습이 바뀌어 버린-

그런 '옛'이라는 이름의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