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타분한건 딱 질색이지만
그래도 살다보면 간혹 한없이 유치하고 촌스러우며 저속한 표현들만이
뭐라 섣불리 언급할 수 없는 미묘하고 가려운 부분들을 신랄하고 정확히 긁어내는 유일한 전달 수단이 되는 때가 있다.
그리고 요즘의 내 마음이 그렇다.
그냥 이것저것 다 차치하더라도, 나는 너무나 지쳤다.
지쳤다는 말만으로는 이 상실감의 무게가 초라하고 보잘것없이 여겨질만큼 괴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버리지 못해 손에 움켜쥐고있는 온갖 미련과 욕심들은
이 병신같은 상황에서 유일하게 내가 살아갈 힘과 이유와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는
믿음이란 가면의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말이지..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필사적으로 버텨왔는지, 그것마저도 잘 모르겠다.
사실은 무엇보다 잘 알고 있지만 이것조차도 별로 상관없다는 생각마저 들기 시작했다.
그딴 거, 이젠 아무래도 좋다고 여겨져. 그냥 도망치고 싶은 것 뿐일지도.
뭐가 어찌되어도 괜찮다는 무책임한 마음만이 스멀스멀 차올라서
지금껏 간절함에 발버둥치던 내가 마냥 우습고 불쌍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