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다섯.

die Geschichte 2010. 2. 1. 02:13




발등이 진흙에 잠기는 듯 아득한 절망대신
아직은 뭘 하고 싶은지를 느긋하게 고민해도 되는 나이.
혹여 고민이 생겨도 혼자서 그 무서운 짐을 들기보다
누군가 도와 줄 사람을 찾는 게 더 빠른 나이.
인생의 도움과 위로를 아무렇지 않게 청해도 욕 먹지 않는 나이.
어딜 가도 아직은 '좋은 나이'라는 소리를 듣는 시절.

여자 나이 스물 다섯이란 그런거다.




안은영, [이지연과 이지연] 中











이 구절을 읽는 내내, 아직 스물넷의 나는
앞으로의 스물 다섯을 그리기보다 아주 자연스럽게 나의 스물을 되짚어보게했다. 



모든 것들이 하나같이 부질없고 허망하게 느껴지다가도
결국엔 그것만이 나의 전부가 되어버리는 그 순간을 자각할 때는
서러움에 눈물이 나서 어쩔 줄을 몰랐다, 고 해야하나-


그냥,
아팠다. 아주 많이.

가슴이 천갈래 만갈래로 찢어지고 무너졌다.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은 나의 이성이 허락하질 않았고
싸늘히 내팽개치는 것은 충실하고 솔직했던 나의 사랑을 연민하게 했다.



그렇게 나의 스물은 끊임없이 싸웠다.



읽는 내내 그런 나의 마음을 또다시 있는대로 헤집어놓고있다 여겼던
스물 일곱에서 삽십대로 걸쳐 절절히 토해내는 작가의 성장통은
책을 덮고 고개를 드는 사이, 다시 포근하게 덮혀있었다.
그것도 아주 잘 아물어 있는 채로.


본래 칙릿은 부러 찾아 볼 정도로 좋아하는 타입은 아닌데..
(사실 읽게 된 것도 본인 의사 0% 반영으로, 우연중의 우연이긴 했지만;;)
브리짓 존스의 일기 이후로 맘에 든다고 느껴지는 건, 확실히 좀 오랜만인 듯 해.




내 곁의 당신은 어떤 스물 다섯을 살고 있는가.
어떤 스물 다섯을 지나왔는가.


서른이면 어떤가.
마흔, 쉰이면 또 어때.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스물 다섯처럼 살면 되는것을.




Posted by Sinn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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