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군대에 갔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종류의 아쉬움과 서운함이 가득 몰려와서
넘쳐나는 눈물만 하염없이 닦아내는 것 이외엔, 도대체 정신을 차릴수가 없다.
아무것도 손에 안 잡혀.
지금은 뭐 하고 있을까.. 밥은 먹었겠지.. 얼마나 추울까.. 잠은 제대로 자는걸까..
오로지 이런 생각뿐이다.
뒤도 한 번 안 돌아보고 가장 먼저 앞서나가던 그 씩씩한 뒷모습 너머로
앞으로 2년간 자신을 기다릴 낯설고 힘든 시간들을 떠올리며
얼마나 불안하고 무서울지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
이렇게 말하면 금지옥엽 키운 온실 속 화초같은 내 동생
행여 생채기라도 날세라 전전긍긍하는 것처럼 주책맞고 꼴사납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렇지는 않다.
가장 믿을 수 있는 곳에 맡기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요즘 군대는 군대가 아니다, 군대 생활 편해졌다- 라고는 해도
가장 꽃 같은 나이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생의 2년을 보내야하는 일인데, 그 마음이 어찌 쉽고 가벼울 수 있을까.
하지만 그것이 분명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 무엇을 주어도 경험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것으로 남겠지.
그 안에서 얻는것이 있을거다. 그거면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모든것들과 상관없이 지금의 내 마음에 걸리는 단 한 가지가 있다면-
아주 찰나이고 순간이었지만
가족, 친구들과 분리되어 달라는 말과 동시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던 동생의 눈을 보았다는 것.
불안과, 걱정을 잔뜩 머금고 있던 그 먹먹하던 눈빛.
다른 그 어떤것들보다도
그 눈빛이 지금도 내 눈 앞에 어른거리며 잊혀지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