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지 빛날 것 같던 추억도 오랜 시간이 흐르고 켜켜히 쌓이면
지리멸렬한 일상으로 소리없이 스며들기 시작해
문득 떠올리면 더 이상 가슴 설레이거나 두근거리진 않지만
단지 흔한 삶의 한 일부분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난 이미 오래 전부터 그래왔다는 것을.
너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영양가 없는 소리에 시간낭비 했단 것 마냥
실없이 웃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넌 분명 (슬픔과는 다른 의미로)울어버릴 것 같아서 말할 수가 없다.
감히 꿈에서조차도.
나는 너에게 나 역시 그런 존재가 되었길 바란다.
빛나지 않아도 좋다.
아니, 오히려 빛나지 않았으면 한다.
언제까지나 맹목적으로 빛만을 쫓는 하루살이로 살 수는 없으니까.
그저, 너의 삶에 습관처럼 남은 네자리 숫자같은 존재이길.
나의 생일, 너의 생일. 사귀기 시작한 날. 첫키스 했던 날.
너의 휴대폰. 통장. 책상 서랍의 자물쇠 비밀번호.
아무 생각 없이 쓰이다가도 가끔 떠올리면 바람 빠지듯 피식거리며 웃을 수 있는 정도의 희미함이길.
난 그렇게 빛나는 추억이 아닌 네 삶의 익숙함으로 있고싶다.
흐릿하게.
하지만 자연스럽게.
어떻게 보면
오랜시간 특별한 사람으로 남아달라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