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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혀 끝을 맴도는 수많은 생각들을 풀어내고 정리하는 일들이 
어느 순간부터 무미건조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더니
기록한다는 행동으로 옮기는 것에 심한 권태감이 왔다.

그렇게 무턱대고 가슴속에서만 쌓이고 무너지는 것이 반복되다보니
이젠 크고 작은 모든 변화들에 무뎌지고 있음을 느낀다.

이 포스팅도 대체 몇 번을 쓰고 지웠다를 반복하며 겨우겨우 이어나가고 있는건지 모르겠고.
왜 이 짓을 하고 있나- 싶은 생각까지 들고.
..이렇게까지 힘에 부치는 일이었나.
 
나에게 있어서는 절대로 좋은 일이 아니다. 절대.
이런식으로 덮어놓고 외면하다간
분명 언젠가 폭주하게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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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 않은 듯이 얘기하면 그것은 분명 상처가 된다.
듣는 사람은 둘째치더라도, 본인 역시 스스로에게 꽂는 비수로 작용할테지.

너의 회피가 나는 너무나 쓰다.
배려도 배려 나름이야.
필요없어. 그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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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턱대고 매달리며 호소하는 해바라기와도 같은 순애보처럼 보일지 몰라도, 
어차피 속내에 깔려있는 것은 보통의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애정과 욕정.

그저 자신의 타입이었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뿐. 
'지금' 좋아하고 있는 상대일 뿐.
상대도 그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갈등한 것뿐. 
여러 난관을 뛰어넘어야 하는 복잡한 심경의 상대와는 달리,
그저 상대의 마음을 빨리 얻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조급함과 불안감에 동요하고 휘둘리는 것뿐.
 
모 드라마에서 나온 것처럼 '니가 남자든 여자든 외계인이든 상관없어' 같은 초현실적인 마인드가 아니고서는,
결국 이것은 성벽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성욕을 느끼고 나아가 섹스가 동반되는 이상, 은 말이지.

유일무이한 단 하나의 존재가 되길 바라는 순간부터
그것은 업이고 지옥이다.

불가능에 가까울수록 맹목적으로 집착하는 인간의 미련함에는 치가 떨린다.

하루에도 몇번씩 수시로 덮쳐온다.
내가 인간으로서 존재한다는 환멸과 증오가.


Posted by Sinn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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