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다가 상대방이 확 죽여버리고 싶게 밉고 진저리 나서 헤어지는 연인이 얼마나 될까.
별의 별 더러운 꼴을 다 보고 헤어지는 경우라고 해도 온전히 싫기만 할까..
사랑을 울부짖고 타령하다 헤어질 때는, 고작 싫어서만은 아니리라.
좋은 것보다 다른 것이 더 많아지니까 이별을 선택하는 경우가 훨씬 많지 않을까..
좋아하는 맘이 제로가 되었다는 게 단 하나의 순수한 이유로 성립하진 않을 것 같다.
적어도 연애에 있어서 정말 사랑하고 진지하게 교감했던 사이라면
아마 헤어지면서도 가슴 한 쪽이 아픔이나 애잔함,
하다못해 연민으로라도 저미며 헤어지는 사람들이 훨씬 많지 않을까.
진정 사랑했다면 어떻게 티끌하나 안 남기고 애정이 사라지겠니..
적어도 일 년에, 아니 십 년에 한 번쯤은 그 인간 안 죽고 살아는 있나 걱정하는 정도의 애정이라도 남아있는게 사람인데.
하물며 우린... 별로 그리 크게 난리를 부리며 헤어진 것도 아니고
나가 죽어버리라는 생각으로 갈라 선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하지만, 축적된 지겨움이든 순간적으로 잠시 끓어올랐던 분노든 간에
그 때에는 분명 사랑하는 마음보다 무언가가 더 커졌기에, 그렇게 된 거다.
다만, 그걸 사람들은 서로 싫어서 헤어졌다고 말하니까 나도 그냥 통상적인 표현을 해주는 것 뿐이다.
지금 역시, 죽자고 싫어하는 건 아니야.
그 아이도 그랬고.
그렇지만 그 순간 뭔가가... 싫긴 했을 것이다.
상대방의 존재가 아니라, 상대방과 내가 함께 있음으로 해서 생기는 어떤것이.
연애가 어떻느니 사랑이 어떻느니..
술이라도 얼큰하게 퍼 마실라 치면 나름의 개똥철학도 떠벌릴 주제는 될 만큼 몇 번의 그렇다 할 만한 것도 해 봤고
이제껏 농담처럼 사랑한 적도 없이 나의 연애는 대부분이 진지하고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이나 후회가 그다지 없다고 자신했는데
왜 사랑을 이제쯤 잘 할 수가 없는걸까.
왜 좀 더 요령있고 영악하게 못하고 남들에게 걱정이나 듣고,
멍청하다 바보같다 손가락질 당하는 이런 잔재들만 잔뜩 들쳐업고 있고..
그래도 나름대로 내가 청춘을 불사르며 연애했다는 흔적인가 싶어
그것 역시 후회하지 않으려 하는데...
결국은 나도, 내가 조금은 한심하다.
......고 생각하려는 찰나.
너의 그 한 마디는 정말..
뭔 소리냐, 싶다.
그냥 딱- 그렇다.
너는 왜 자다가 봉창을 두드리나 싶고.
그 아이와 헤어진지가 벌써 수 년하고도 몇 밤이 넘었는데
사람들은 왜 아직도 나의 미련을 궁금해하고, 자꾸만 되돌릴 수 없는 걸 되돌리라고 종용하는 걸까.
그것은 누구의 바람일까.
누가 원하는 일일까.
나는 그 문제에 대하여 멀고 먼 후의 일로 두고두고 깊이 생각한 적도 없었거니와
그런 것을 고민하기엔 그저 지난 몇 년간의 대부분을 시간에 몸을 맡기고 흘러라 세월아 네월아- 내버려 두는것이 고작이었는데
남들은 왜 선택지를 주려하고 해답까지 던져주려 안달일까.
말의 의미조차 모르겠는 어떤 것을 행동하라는 것은 막막하기 그지없어서 되려 화가 난다.
그 아이가 헤어지자 말했을 때 나는 잡지 않았다.
처음엔 오기를 부리나 했고, 며칠 뒤 정말 헤어질 결심을 했단 걸 알게 된 후에도 곧 담담하게 수긍했었다.
나에게 결정권은 없었지만 그 아이의 결정을 따랐다.
그것이 나의 의지였다.
헤어진다는 것에 반대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에야 말 할 수 있지만,
그것은 적어도 그만큼의 내 의견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는 얘기도 되겠지..
하지만 그 날의 그 순간을 계기로 여러가지가 뒤엉키고 폭발하며 모든것이 지긋지긋해진 내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스스로를 망가트리는것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던 그 때.
그 아이 역시 그런 날 보며 두 손 두 발 다 들어보고 싶은 심정이 되었던 걸 거다. 아마도.
조금 숨 막혔을지도 모르고, 조금 질렸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더 이상,
나의 이유없는 외로움과 허전함의 자리가 그 아이라고 확신하는 발언은 집어치워.
무언가가 알 수 없이 터질것처럼 그립고 애달파도
그 아이를 착각으로 다른 것에 대용하는 건, 그 아이에게 어울리는 대접이 아냐.
아아-
희뿌옇다. 앞이.